에코칼럼

거짓말에도 격과 질이 있다고?…만우절에 얽힌 재밌는 사연

세미예 2010. 4. 1. 07:36

"저 로또 당첨됐습니다" 

"로또 1등 당첨됐으니 이제까지 스트레스를 줬던 회사를  이젠 통째로 사서 화끈하게 복수하겠습니다"
"로또 1등 당첨됐습니다. 이제부터는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여행이나 하면서 편안하게 살겠습니다"
"로또 당첨됐으니 돈을 펑펑 쓰면서 살아야 겠어요."
"이젠 인생대박, 인생역전의 삶이 펼쳐질 거예요."




꿈같은 이야기일 것입니다. 누구나가 이런 소리를 한번쯤 듣고 싶을 것입니다. 이런 말이 꿈도 거짓도 아니고 참이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바야흐로 봄이 흐벅지게 피어나는 4월의 첫날, 오늘은 만우절입니다. 만우절날이면 모이는 곳마다 모처럼 웃음꽃이 피어나기도 하고 억지웃음 때문에 썰렁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합니다. 이런 다양한 만우절을 살펴보고 만우절이 뭔지, 진정한 의미의 만우절은 어떤 것인 지 등등을 살펴 봤습니다.

만우절-거짓말-참말-거짓말 종류-위선거짓말에도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사람만이 거짓말 할줄 아는 동물?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헤르메스는 거짓말의 대가입니다. 헤르메스는 태어나자마자 형 아폴론의 소 50마리를 훔치고는 태연하게 요람에 누워 있다 아폴론이 소를 돌려달라고 하니까 자신은 소가 무슨 말인지조차 모른다고 능청스럽게 받아넘길 정도 입니다.


아폴론과 함께 아버지인 제우스에게 가서도 능청스럽게 시치미를 떼자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제우스가 오히려 어린 아들의 언변을 높이 사 자신의 전령사로 삼았다고 합니다.


사람만이 거짓말을 할 줄 아는 동물이라고 합니다. 이 말은 ‘인간은 이성적인 동물’의 악의적 표현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물론 거짓말 중에도 선의의 거짓말이 있을 수 있고, 그와 반대로 사실이 악(惡)인 경우도 허다합니다. 밀가루를 약인 줄 알고 먹은 위장병환자들 중 25~70%가 나았다는 프라시보 효과는 거짓말이 때로는 약이 될 때도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만우절은 서양풍속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만우절(April Fools'  Day)은 서양 풍속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전세계인이 이날 하루만은 웃고 즐기는 날로 그야말로 ‘글로벌화’ 되었습니다. 온 지구촌이 4월1일을 맞아 모처럼 흥겨운 웃음꽃을 피우는 시기입니다.  


언론사에서 기발한 기사로 포복절도?

만우절도 글로벌화 되다시피 하다 보니 각국 언론도 재밌습니다. 언론의 생명은 사실보도이지만 만우절을 만나 파격적인 기사가 실리기도 합니다.

특히 각국 언론사들이 천연덕스레 게재한 기발한 만우절 특종기사로 지구촌이 들썩거리기도 합니다. ‘소크라테스의 무덤이 발견됐다' '말하는 브래지어를 개발했다’ 등 갖가지 거짓말 기사들이 그럴듯하게 실려 멋모르는 독자들로 하여금 뒤늦게 배를 움켜쥐게 만들곤 했습니다.



아사히신문 깜짝기사로 화들짝?
만우절 기사 중 가장 유명했던 것은 1999년 4월 1일 일본 아사히신문 정치면에 실린 ‘각료 빅뱅법안’이었습니다. 이 기사는 당시로서는 일본사회에 쇼킹한 것이었습니다. 어떤 내용일까요.

당시 총리는 오부치가 국가의 인재난 해소를 위해 외국인 각료를 적극적으로 기용키로 하고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키로 했다는 것이 내용의 골자입니다. 

어떻게 보면 산뜻해보이기도 하지만 내국인을 제쳐두고 외국인을 영입한다는 것 자체가 논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진짜 재밌는 것은 누구를 영입할 것이냐는 것입니다. 영입대상 면면을 보면 그만 포복절도하고 맙니다.  

총리가 영입하겠다는 영입 대상 인물은 미하일 고르바초프, 마거릿 대처, 리콴유(李光耀) 등 은퇴한 거물 정치인이었습니다. 이 기사를 전세계 신문 방송이 잇따라 게재함으로써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것이죠.




거짓말의 종류 악의적, 이타적, 선의의 거짓말
중세 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는 인간세상의 거짓말을 목적에 따라 △악의적인 거짓말 △이타적인(유용한) 거짓말 △선의의(익살스런) 거짓말로 나누었습니다.

그에 따르면 악의적인 거짓말은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목적으로 한다고 합니다. 밉보인 상사에게 거짓정보를 알려주거나 친구에게 도둑 누명을 씌우는 것 따위가 이같은 부류에 속하겠죠.

반면 이타적인 거짓말은 다른 사람을 돕거나 어려움으로부터 구하기 위해 하는 거짓말입니다. 가령 깡패가 누군가의 집 전화를 물어왔을 때, 엉뚱한 번호를 알려주었다면 이타적인 거짓말이 될 수 있겠죠.


선의의 거짓말은 남을 유쾌하게 할 목적으로 하는 하얀 거짓말(White lie)입니다. 가령 부모님이 걱정할까봐 아픈 것을 숨기고 "괜찮다"고 말하는 것은 하얀 거짓말입니다.

진실에 기초를 두고 있지만 허풍·과장 등을 통한 조직적인 왜곡을 거쳐 유포되는 거짓말이 있고, 완전한 진실도, 완전한 거짓말도 아닌 애매모호한 거짓말도 있습니다.

거짓말 관련된 속담과 격언
"거짓말도 잘 하면, 오려논(올벼를 심어 놓은 논) 닷마지기보다 낫다" "급할 때는 거짓말이 삼촌보다 낫다"는 말은 거짓말의 유용성을 강조한 속담입니다. "거짓말도 잘하면 약"이란 말도 이와 통한다고 봐야겠죠.

"사나이는 어디 가나 비옷하고 거짓말은 가지고 다녀야 한다"는 말은 처세를 짚은 속담입니다.

"노인 말 그른 데 없고, 어린아이 말 거짓 없다"는 속담도 있습니다. 경험에서 나온 노인의 말은 옳은 데가 많고,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 아이들의 말은 솔직하다는 얘기입니다.

'자꾸 울면 호랑이 온다' '섣달 그믐날 잠 자면 눈썹이 하얗게 된다' '별똥이 떨어질 때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 등은 사실여부를 떠나 어린시절 한때를 떠올려주는 하얀 거짓말들입니다.



상사에게 해보고 싶은 거짓말 베스트 

지난해 한 마케팅 회사가 조사한 직장인들의 거짓말 베스트 1위는 “저 로또 당첨됐습니다. 안녕히 계세요”였습니다. 올해의 거짓말 베스트 1위 자리는 어떨까요. 로또가 최근 인기가 없어서 올해도 이 순위를 유지할까요. 그런데 필자의 주변엔 아직도 역시 1위더군요.


아마도 경제사정이 어려워지다보니 로또가 당첨돼 인생 역전형 거짓말을 마음껏 직장 상상에게 꼭 해보고 싶어서겠죠.


지난해 거짓말 베스트 2위와 3위는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펀드가 크게 올랐다'였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2위와 3위는 필자의 주변 사람들은 별로 인정하지 않더군요. 사법고시에 합격을 해도 최근엔 부와 명예가 예전처럼 보장되지 않기 때문인듯 합니다.


순위를 떠나 재밌는 거짓말은 “저 사실은 사장님 아들(딸)입니다.” 와 같은 반전형 거짓말입니다. 평범한 부하 직원이 알고보니 회사 오너나 고위 임원의 자녀라는 말에 당황해 하는 상사의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은 것이죠. 직장인들은 이런 거짓말을 상사한테 해보고 싶어합니다.


“사장님 내일부터 나올 필요 없다고 하셨습니다”와 같이 해고 사실을 전해주는 해고통보형, “제가 대신 팀장을 맡게 됐습니다.”와 같이 상사와 위치가 뒤바뀌게 되는 왕자와 거지형 등도 당당히 거짓말 베스트에 듭니다.





품위있는 거짓말은 어떨까
거짓말에도 선악이 있고 격과 무늬가 있습니다. 위대한 거짓말과 악의적인 거짓말이 있고, 하얀 거짓말과 새빨간 거짓말이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세상에 널린 게 거짓말입니다.

하지만, 그 의도에 따라 정말 나쁜 거짓말이 엄연히 존재합니다. 사람들은 이런 나쁜 거짓말을 수시로 합니다. 나쁜 거짓말은 백해무익한 것입니다. 인간을 파멸로 몰고갈 수도 있는 심각한 것입니다.


최근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가정살림에 주름살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시기엔 악의적인 거짓말이 아니라 '하얀 거짓말'과 같은 힘을 내게하는 거짓말을 통해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를 확 날려버리는 것은 어떨까요. 1년에 한번씩 돌아오는 만우절을 맞아 거짓말의 의미를 곰곰이 돌아보고 반성하는 계기와 더불어 인생을 살아가는 일종의 쉼터 역할로 삼으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