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생활

택시는 못타고 차들은 씽씽 달리고…장애인 처럼 생활해봤더니

세미예 2010. 1. 13. 10:00

지난해 연말 발과 발목 부분의 골절 부상을 입었습니다. 관절 전문병원에서 수술후 실밥을 풀고 기부스를 하게 합니다. 기부스를 한 상태로 목발을 짚고 병원을 퇴원해 통원 치료에 들어갑니다. 앞으로 기부스를 풀고 물리치료 과정 등 재활을 위해 여러가지 과정이 남아 있습니다.





회사에 일이 쌓여 벌써 출근합니다. 집밖으로 나와 운전을 할 수가 없어서 택시에 의지해서 출근합니다. 택시에 오르고 내리는 일만도 여간 고역이 아닙니다. 이렇게 몇일을 출퇴근해보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닙니다.

목발을 짚고 다니다보니 뜻하지 않게 장애인 체험을 하는 것같습니다. 목발을 짚고 생활해보니 평소 장애우들이 얼마나 불편하게 살아가는 지, 우리사회에 개선해야 할 점 등이 하나씩 둘씩 드러납니다. 어떤 점이 불편한 지 살펴봤습니다.


택시를 타려는데 앞에서 가로채다니!
출근을 위해 목발을 짚고다닌 첫날 택시를 타기위해 집을 나섰습니다. 택시를 잡으려고 거리에 나섰더니 택시가 달려옵니다. 그런데, 한 아주머니가 먼저 타버립니다.

그리고선 이내 목적지로 달려가 버립니다. 다시 택시를 잡기위해 목발을 짚은 채 거리를 서성입니다. 조금 더 기다렸더니 다리에서는 쥐가 나려고 합니다. 간신히 택시를 잡아타고 출근합니다.

이번엔 퇴근길, 간신히 택시 승하차장에 기다시피해서 갑니다. 택시가 달려옵니다. 그런데, 한 아가씨가 춥다면서 뒤에서 달려오더니 택시를 잡아타고 가버립니다. 목발을 짚은채로 아무리 용을 쓰봐도 두 다리를 가진 아가씨보다도 늦습니다. 이렇게 몇번의 택시를 놓치고 나니 간신히 택시를 잡아타고 퇴근했습니다.

사람들은 다리가 불편하다는 사실을 빤히 보면서도 외면해 버리고 무시해 버립니다. 우리사회의 몰인정함이 뼈속까지 느껴집니다. 아마도 장애우들도 수시로 이런 사회의 몰인정에 얼마나 야속하게 느꼈을까 생각하니 죄송한 마음이 앞섭니다. 

장애인 이동통로에 주차를 하다니!
회사에 내려 목발을 짚고 들어갑니다. 회사 입구엔 계단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계단이 3칸이지만 목발을 짚은채 오르기도 힘이 듭니다. 그래서 휠체어가 다닐 수 있도록 경사로로 된 곳으로 갑니다. 그런데 경사로 입구에 차가 주차돼 있습니다.

경사로에 너무 바짝 주차를 해놓은 바람에 그 경사로를 이용할 수가 없습니다. 전화를 하려고 했지만 목발을 짚은 채로 전화하기도 여간 불편한 게 아닙니다. 어쩔수 없이 계단을 3칸 올라서 회사로 들어갑니다. 




이곳에 내려주면 어떡해!
택시를 타고 출근합니다. 택시가 회사 앞에 도착합니다. 그런데, 내려준 곳이 도로있는 곳입니다. 인도에 내려주지 않습니다. 빨리 내리라는 눈치까지 줍니다. 도착했으면 빨리 택시요금을 내고 내리라는 뜻같습니다.

속으론 부글부글 끓지만 묵묵히 참습니다. 다리가 불편한 것을 직접 눈으로 지켜보고서도 제멋대로 내려주고 빨리 내리라는 간접적인 눈치를 줍니다. 참 택시기사가 불친절합니다.

횡단보도 파란불인데도 차가 씽씽 달리네!
퇴근길 횡단보도를 이용해서 택시타는 곳으로 갑니다. 파란불입니다. 사람들이 건넙니다. 그런데 차들이 사람이 건너고 있는데도 횡단보도를 씽씽 달립니다. 일부 운전자들의 그릇된 운전습관이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바로 앞으로 차한대가 씽하고 지나갑니다. 정말 아찔합니다. 깜짝놀라 뒤로 멈칫합니다. 그 차 때문에 쓸어내린 가슴을 진정하고 횡단보도를 건넙니다. 점멸등 시간이 촉박해 목발을 빠르게 움직여 건너갑니다.

성질이 급한 운전자들은 채 파란신호등이 바뀌지 않았는데도 달리기 시작합니다. 간신히 횡단보도를 건넜습니다. 횡단보도를 마구 달리는 차들이 참 많다는 사실을 두 눈으로 직접 보게 됩니다. 장애우들에겐 정말 위험한 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횡단보도 파란불은 멈추면 어떨까요.




엘리베이터를 왜 이렇게 빨리 누를까?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입구에서 기다립니다. 한 무리의 아가씨들이 서 있습니다. 엘리베이터가 섭니다. 우르르 몰려서 들어가 버립니다. 뒤에 섰던 필자는 아가씨들이 다 탄후 탑니다. 그러다보니 문이 닫히려 합니다. 그런데 먼저 탄 아가씨가 마구 눌러댑니다.

미처 타지도 않았는데 문이 벌써 닫혀버립니다. '다리가 불편한 사람한테 먼저 탈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면 안되나' 속에서 이런 말이 절로 만들어집니다.

어쩔 수 없이 다시 기다려서 엘리베이터를 탑니다. 그런데, 다리가 불편하다보니 기다리는 시간이 몹시도 깁니다. 조금만 양보하면 좋을 것을.




우리 사회 약자들에게 관심과 배려 절실
몇일 동안 목발을 짚고 회사를 출퇴근하면서 참으로 느낀 것이 많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사회가 약자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아직도 부족한 것 같습니다.

또, 장애우들이 얼마나 그동안 불편해 했을 지 절로 실감합니다. 어떠세요, 혹시 우리 주변에 이런 분들이 있다면 한번쯤 양보하면 어떨까요. 우리사회는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