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경제

부산 온천천 오리 살처분 너무 성급한 결론은 아니었을까?

세미예 2008. 5. 18. 16:01

"온천천엔 이젠 마중나오는 오리들이 없네." 


부산의 대표적 도심 하천인 온천천에서 그동안 시민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지난 15일 살처분된 뒤 주말과 휴일 산책객들은 온천천 물에 더 이상 오리들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음을 알고 못내 아쉬워했습니다.

부산 연제구청은 AI가 인근 해운대구까지 확산돼 온천천에서 기르던 오리 23마리를 지난 15일 모두 살처분했다고 밝혔습니다. 구청은 온천천이 AI 살처분 규정 거리(농촌 반경 3㎞, 도심 반경 500m 이내)에서 비록 벗어나 있지만, 온천천 오리들은 시민들과의 접촉이 잦아 문제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살처분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역학조사위원회의 중간 검사 결과 올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AI)는 지금까지 인체에 감염된 사례가 없는 종류인 것으로 밝혀져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AI 살처분 규정거리에서 벗어나 있었기에 온천천 오리들의 살처분에 대해 시민들은 더 안타까워 하고 있습니다. 일부 시민들은 구청 직원들의 불안한 심정은 이해하지만 너무 과민 반응하는 거 아니냐고 지적했습니다.

구청의 입장에서는 지자체가 관리하는 가금류가 행여나 시민들에게 질병을 옮긴다면 그만큼 심각한 상황도 없기 때문에 살처분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고 하지만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한참 AI에 관해 조사를 하고 있는 가운데 그 결과가 발표되기도 전에 너무 성급한 결론을 내린 건 아니었는 지 다시한번 생각해 봅니다. 그렇게 따지고 들면 온천천 주변의 모든 조류들이 살처분 대상이라는 얘기지 않습니까.

시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오리들은 사라졌지만 산책객들은 오리가 뛰어놀던 그림같은 추억은 아직도 간직하고 있습니다. 구청은 AI가 잠잠해지면 예전처럼 온천천에 오리가 뛰어노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