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생활

울음 터트린 비정규직 직원의 마지막 퇴근길…비정규직은 悲정규직

세미예 2009. 7. 1. 06:44

“그동안 고마웠어요. 안녕히 계세요” “무슨 말이죠? 어디 가세요?”

“저 1일부터 그만둡니다.”

“어디 다른 데 가시나요?”

“아니요. 회사에서 1일부터 나올 필요가 없다고 해요.”

“아니 그럼 이게 마지막이군요.”




저녁 근무를 마치고 퇴근하려는데 한 여사원과 나눈 대화입니다. 7월이 시작되면서 신나는 일과 서글픈 일이 동시에 밀어닥칩니다. 해수욕장이 개장한다고 곳곳에서 축제 분위기입니다. 


그런 반면에 비정규직법이 7월이 시작되면서 발효돼 아픈 현실을 만들어 냅니다. 한쪽에선 즐거워하고 한쪽에선 슬퍼합니다. 한 하늘 아래 살면서 딴세계를 살고 있는 느낌입니다.


무엇이 이런 슬픈 역사를 만들어 냈을까요. 답답한 현실을 이야기 하려니 가슴이 턱턱 막혀옵니다. 무섬증마저 느끼게 합니다.



비정규직 직원들의 슬픔

저녁 근무를 마치자 이곳 저곳에서 짐을 싸기 시작합니다. 책상도 정리합니다. 후임이 누가 올지 모른다면서 물걸레로 깨끗하게 닦습니다. 평소 예쁘게 기르는 꽃들도 챙기기 시작합니다.


비정규직 직원의 책상은 깨끗합니다.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책상을 가만히 지켜보려니 마음 한구석이 퀭해집니다.


떠나는 직원은 이곳 저곳 돌아다니며 인사를 합니다. 어떤 직원은 인사도 없이 발걸음을 재촉해 회사를 빠져나갑니다. 사무실 분위기가 숙연해집니다.


비정규직 직원을 배웅해보니

한 비정규직 사원과 차를 함께 타고 퇴근했습니다. 평소 묵혀 둔 짐이 많아 차에 실어보니 제법 가득찹니다.


그 사원의 집까지 차로 이동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뭐라 딱히 할 말이 없어서 그냥 들어줍니다. 들어주는 것 외에는 내가 딱히 할 일이나 말이 없어서 그냥 단순하게 들어줍니다.


회사에서 비정규직법이 통과안되면 내일부터 출근할 필요가 없다고 했답니다. 사실상 비정규직법에 의해 해고가 되는 셈입니다. 참 서글픈 현실입니다. 이 직원은 만3년이 다 되어 가기 때문에 회사에서 정규직으로 전환을 해주지 않는 한 회사를 다닐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울음 터트린 비정규직 사원의 마지막길

회사와 노동조합, 나아가 정치권에 대한 원망이 가득합니다. 특히 명분도 실리는 없는 정쟁에 빠진 정치권에 대한 원망이 결국은 울음을 터트리고 맙니다.


정치권이 정쟁에 빠진 사이 이 비정규직 사원은 결국 회사를 떠나고 말았습니다. 그 마지막 길이 참 사람을 애잔하게 만듭니다.


그 울음이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정치권에 대한 원망이 부메랑이 되어 내 가슴 한켠에 마구 비수가 되어 꽂힙니다.


정규직이라는 게 이렇게 부끄러운 것인지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정규직을 부끄럽게 만드는 현실이 참 서글퍼집니다.




비정규직법이 뭐기에

정치권에서는 비정규직법 개정을 위한 협상을 했습니다만 결국은 이 협상이 좌초되면서 지난 2007년 마련된 비정규직법, 다시말해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7월 1일부터 적용됩니다.


지난 2007년 7월부터 시행된 법률이 2년이 지난 2009년 7월1일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됩니다. 그 규정은 비정규직법 4조 때문입니다.


비정규직법 4조를 살펴봤습니다. ‘사용자는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다’라고 규정했습니다.


이 규정에 따라 7월 1일부터 사업주는 2년 이상 고용한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든지 그렇지 않으면 해고해야 하는 고민에 직면할 수 밖에 없습니다.





대안은 없을까

법과 제도를 만드는 정치권이 문제의 심각성을 간과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뭐가 진정으로 비정규직을 위하는 길인지 근본적인 처방을 알면서도 지루한 소모전을 펼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러는 사이 이땅의 비정규직으로 종사하시는 분들은 눈물을 흘려야 합니다. 그 눈물은 하늘을 타고 흘러 내립니다. 대지를 적시며 흘러갑니다. 정치인들에게도 흘러내립니다.


정치권은 이 눈물을 우산으로 가려 애써 외면하시렵니까. 앵무새처럼 자고 일어나면 ‘민생’을 외칠게 아니라 비정규직에 종사하시는 분들의 눈물을 닦아주실 의향은 없으십니까.


지금도 거세게 비정규직들의 눈물은 흘러 내립니다. 힘이 없고 도움이 못되어주는 필자에게도 흘러내립니다. 이 눈물은 정치권에도 내립니다.


그 눈물이 보이지 않으십니까. 그 눈물을 장마에 내리는 비라고 애써 우기시렵니까. 그 눈물이 보기 싫어서 우산으로 가리시렵니까. 그렇다면 이땅엔 희망이 없습니다. 이땅이 살만한 희망이 있는 곳이란 것을 보여주시지 않으시렵니까. 그들을 보듬어 보세요. 그래서 따뜻한 눈물로 이땅을 적셔볼 의향은 없으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