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칼럼

항의 늘고 업무 늘고…교통사고 특례조항 위헌결정 후 교통사고 처리 현장에선…

세미예 2009. 3. 5. 08:05

종합보험에 가입한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피해자에게 중상해를 입히더라도 음주운전이나 뺑소니 등의 잘못이 없다면 형사처벌을 면제받을 수 있도록 규정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조항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지난달 26일 나왔습니다.


그로부터 한주가 지난 지금 파장과 후유증은 어느 정도 가라앉고 사람들 기억속에서 조금씩 헌재결정이 잊혀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헌재의 위헌 결정에 대해서는 아직도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습니다. 그만큼 파장이 크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여전한 혼란

최근 필자는 지인과 식사를 함께 했습니다. 이 지인은 경찰에 근무합니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이라 안부를 물었더니 최근의 분위기를 이야기하더군요. 그 중에 빠지지 않는 것이 교통사고와 관련된 헌재의 위헌결정과 그 파장이었습니다.


최근 경찰이 보는 헌재의 위헌결정은 한 마디로 앞으로 교통사고 처리가 만만치 않으리라고 보고 있었습니다. 교통사고를 낸 사람들은 '까다롭게 군다'며 항의가 늘어나고, 피해자들은 더 많은 합의금을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려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교통사고 처리 현장에선 벌써부터 이런 기류가 팽배해 있다고 합니다. 또 간단히 처리할 사고도 검사의 지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경찰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현상이라고 합니다. 업무가 늘어나고 까다로운 일이 많아진다는 것이죠.


비록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린 하루뒤 검찰이 재빨리 처리지침을 마련했지만 실무자들의 입장에선 업무가 많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이죠. 하루에 발생하는 교통사고 건수는 헌재 결정 이후에도 크게 변함이 없는데 교통사고 처리에 드는 시간은 배 이상 늘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교통사고 처리 연착륙 아직은 갈길 멀어

지금까지 교통사고가 나면 보험회사에서 사고를 처리해 주었습니다. 이런 관행에 익숙해진 교통사고를 낸 분들은 ‘왜 이리 귀찮게 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일 수 있고, 실제 지금도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가해자가 오히려 피해자인 양 불만을 표시하는 바람에 경찰관들은 속앓이만 할 뿐이라고 합니다.


또, 중상해 판정이 나오면 고액의 합의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악의적으로 접근하는 사람도 속속 생겨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 합니다. 최근 헌재의 결정이후 벌써 그런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합의를 하지 못하면 가해자들은 형사처벌까지 각오해야 돼 보험업체들은 운전자 보험이 늘 것으로 은근히 기대하고 있는 눈치입니다.


헌재 위헌 결정후 문제점 빨리 대책 세워야

교통사고 ‘중상해’라는 표현이 다소 애매한 지침에다 검사 지휘를 받는 사건이 늘어나면 사건 처리도 상당히 지연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습니다. 이 지인은 합의 여부에 따라 형사처벌 유무가 결정돼 합의금이 천정부지로 오를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합니다. 


교통사고로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는 이들에게 이번 헌재 결정은 교통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교통사고를 처리하는 일선 경찰은 업무 과부하에, 가해자는 과도한 합의금 부담에 내몰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따라서 애매한 지침을 하루빨리 정비해 자칫 보험회사만 '봉' 잡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