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생활

음식물쓰레기 여자만 버리라는 법이 어딨어? 남자가 음식물쓰레기 버렸더니 반응이?

세미예 2009. 2. 3. 09:23

가사생활에 있어서 음식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몹시 큽니다. 하루라도 음식물 쓰레기 발생이 없다면 참 편리한 삶이 될 것입니다. 어쩌면 사람은 먹기위해서 살고, 살기 위해서 먹기 때인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음식을 맛보고 즐기는 것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본능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식사시간 만큼은 즐겁고신납니다. 그런데 음식물을 먹고나면 그 뒤치닥꺼리가 여간 만만치 않습니다. 바로 음식물쓰레기 때문이죠. 즐거운 식사시간의 이면엔 음식물쓰레기 처리라는 달갑잖은 과정이 남아있습니다. 저희 가정은 아파트라 주 3회 음식물쓰레기를 버립니다.


그런데 그때마다 한바탕 홍역을 치러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해프닝도 만발하고 있습니다. 


음식물쓰레기통.


쏟아지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 참 힘들어요

주방일은 장보기, 요리, 설거지, 음식물쓰레기 버리기의 4단계 소제목에 동의하시나요. 일반적으로 주방의 일이라면 시장을 봐오고, 요리를 하고 그 뒤치닥꺼리인 설거지를 하면 끝나는 것으로 여겼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마지막 단계인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의 한 단계가 더 있습니다. 매일매일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지 않기 때문에 마지막 단계를 곧잘 주방일과 무관하게 여기지만 어쩌면 가장 중요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음식물쓰레기는 여자만 버리라는 법 있나

우리집에서는 음식물쓰레기를 남자가 버리고 있습니다. 아파트로 이사온 후 집사람과 가사일을 나누자고 도와준 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은 일상화가 되어 버렸습니다.


고무장갑을 끼고 음식물쓰레기통을 들고 엘리베이트를 타고 내려갑니다. 아파트 공동 음식물쓰레기통에 버리고 통을 들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다시 음식물쓰레기통을 깨끗하게 씻습니다.




엘리베이트에서 만난 사람들의 다양한 반응

음식물쓰레기는 대개 주부들이 버립니다. 그러다보니 10년이 지나도록 줄기차게 들어온 말이 있습니다. “우리 남편도 음식물쓰레기를 버려주면 얼마나 좋을까.” 아파트 공동 음식물쓰레기통앞에서 만나거나 엘리베이터에서 만나거나 똑같은 말을 합니다. 주부들의 바램은 한마디로 남편도 음식물쓰레기를 버려달라는 것입니다.


반대로 아저씨들의 반응은 정반대입니다. “안사람이 어디 아픕니까.”라는 말을 합니다. 이 말은 좋게 말해 걱정해주는 것 같지만 속으로는 아마도 ‘남자 망신 다 시킨다’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의 반응은 어리둥절해 합니다. 보통 엄마들이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는 데 아저씨가 음식물쓰레기통을 들고 다니니 이상한 모양입니다. 초등생들이 이상한 눈초리로 두리번 거립니다.


늦은 시간 버리는 또다른 고통

아파트로 이사온 초창기엔 음식물쓰레기를 초저녁에 버렸습니다. 초저녁에 버려야만 통을 깨끗하게 씻어 제자리에 두기 좋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느날 문제가 생겼습니다. 한여름날밤 퇴근하시는 분들이 엘리베이터에서 갑자기 코를 잡고 있더군요. ‘아차, 이거 실수했구나’ 그날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그날따라 엘리베이트는 왜 그리 늦게 올라가는지. 


그 이후로 음식물쓰레기는 초저녁이 아닌 심야시간에 버리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심야시간에 버리다보니 또다른 민원이 생겼습니다. 쓰레기통을 밤 11시가 넘어서 씻다보니 아랫집에 물소리가 들린다는 것이죠.



여름날 음식물쓰레기 버리기의 고통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면서 계절적으로 언제가 가장 불편할 것 같습니까. 개인적 경험으로는 역시 여름입니다. 조금만 늦게 버려도 금방 부패하고 냄새가 유독 심하기 때문입니다. 


그보다도 진짜 제일 큰 고통은 생선 찌꺼기에 붙은 보기만 해도 징그러운 구더기 때문입니다. 구더기기 기어다니는 것을 본 사람이라면 음식물쓰레기를 버릴 엄두를 못낼 것입니다. 집사람이 음식물쓰레기버리기에서 졸업한 것도 어쩌면 이 구더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또 힘든 계절이 겨울입니다. 겨울엔 날씨가 차갑기 때문에 바람도 심하게 불어댑니다. 오들오들 떨면서 음식물쓰레기통을 들고 내려갑니다.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은 음식물쓰레기 정말 버리기 싫습니다.





가사활동은 남녀가 나눠서 하는것, 주부만의 것이라는 편견을 버리자

가사활동은 남편과 아내의 공동 몫입니다. 물론, 요리는 아무래도 여성적인 섬세함 때문에 아내가 하는 게 좋지만, 그 나머지 것은 남편이 거들어 줄때 원활해집니다. 설거지나 음식물쓰레기 버리기를 도와주고 나면 보통의 아내들은 몹시 좋아합니다.


특히, 요즘같이 맞벌이 시대엔 가사활동은 남편과 아내가 공유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