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칼럼

뭐야? 다람쥐 한 마리에 현상금이 1억이라고?

세미예 2009. 1. 27. 13:15

설명절을 맞아 친척들이 서로 오고갑니다. 필자도 이곳 저곳을 다녔습니다. 인사도 나누고 덕담도 들었습니다. 설날 오후 울산 외가에 다녀왔습니다. 흔히들 울산을 잘사는 동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언론의 말과는 달리 울산은 그렇게 넉넉한 동네가 아닙니다.


특히 경제한파 여파로 최근엔 울산지역도 경제가 말이 아닙니다. 울산 동구지역엔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현대관련 회사들이 있어서 경제가 좋을것 같지만 사실은 요즘 엉망이더군요.


외가에서 덕담도 나누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경기가 어렵다고 하니 ‘다람쥐 잡으면 1억원’이 넘는다는 다소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무슨 다람쥐이기에 1억원의 현상금이 붙었으며 무슨 큰 죄를 지었기에 현상금까지 붙였을까요. 사연을 추적해 봤습니다.



현상금 1억원 다람쥐는 바로?

'현상금:1억 원, 이름:10세 가량의 신출귀몰한 봉대산 다람쥐, 죄명: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무슨 내용일까요. 바로 겨울철에 울산 동구 봉대산에서 거의 10년째 방화로 추정되는 산불이 잇따르자 산림당국이 공개 수배한 전단(?) 내용입니다. 


현상금 1억이 걸린 다람쥐는 다름아닌 ‘봉대산 다람쥐’였습니다. ‘봉대산 다람쥐’를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봉대산 방화 얼마나 심각하기에

울산시 동구 미포동 현대중공업 뒤편 봉대산은 거의 10년째 방화로 추정되는 산불이 잇따르고 있다고 합니니다. 봉대산에서는 지난해 11월 산불방재기간 이후 아홉 차례나 산불이 발생했습니다. 이달 들어서만 해도 벌써 네번 째입니다. 이러다 보니 꼬리가 잡히지 않은 용의자는 '봉대산 다람쥐'란 별명이 붙여졌습니다.


봉대산에서는 매년 겨울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많게는 10여차례씩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이쯤되니 울산시는 방화범을 검거하거나 검거에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는 사람에게 포상금 1억 원을 지급하고, 공무원이 방화범을 검거할 경우 1호봉 승진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일반인이나 산불감시원이 검거할 경우 청원산림보호직으로 특채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또 소방․경찰공무원일 때는 소방위와 경위 미만의 공직자에 한해 1계급 특진을 할 수 있도록 관련 기관에 협조를 요청키로 했다고 합니다.


시는 봉대산에서 지난해까지 9년간 연평균 9건, 올겨울 들어서는 지금까지 9건의 방화로 추정되는 산불이 발생해 조림비용과 진화인력 동원, 헬기동원, 산림의 공익적 가치 등을 따질 때 모두 27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이런 피해를 줄여 보고자 고육책으로 현상금을 내걸게 되었습니다.


현상금만으로 다람쥐가 잡힐까

문제는 '봉대산 다람쥐'를 '못잡나'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행정기관에서 현상금을 올렸다는 것입니다. 2000년 초만 해도 1000만 원이던 현상금은 지난해 3000만 원, 이제는 2000년 초의 10배인 1억 원으로 껑충 뛰었습니다.

 

하지만 현상금이 고액일수록 범인 검거에 효과적이란 도식적인 사고는 옳을까요. 현상금과 범죄해결은 큰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이 국내의 관련 학계의 정설이기 때문입니다.


방화범은 반드시 잡아야 합니다. 하지만 현상금을 올리는 것이 방화범을 잡는 지름길인 지는 한 번쯤 곱씹어 봐야 합니다.


산림당국.경찰도 어려움 호소

봉대산에서 올 겨울에도 어김없이 방화로 추정되는 산불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지만 산림당국과 경찰은 확실한 방화 근거나 범인을 찾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습니다. 


관계기관에서도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평일의 경우 산불감시원과 공익근무요원 등과 주말에는 공무원까지 동원해 매복 및 순찰 활동을 펴고 있습니다.


 현재 봉대산을 비롯해 인근 지역에 대한 입산이 전면 통제돼 있으며 특히 주요 발화지점인 현대중공업 뒤편 봉대산의 등산로 19곳은 아예 폐쇄된 상태라고 합니다.

 

그런데도 넓은 봉대산을 물샐틈없이 감시하기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데 당국의 깊은 고민이 있습니다. 


'다람쥐야, 다람쥐야, 봉대산 다람쥐야 이제 됐거덩!.그만하면 안되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