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생활

보이스피싱 물증 잡았지만…보이스피싱 이를 어떡하나?

세미예 2008. 8. 8. 09:51

“안~넝 하세요. 돈 벌쑤 있는 좋은 아이템이 있습니다.” 

"어떤 건데요." 
"믿고 따라오면 돈이 진짜 벌린다니까요." 
"좋은 아이템 함께 나누면 안되나요." 
"그럼 지금부터 시킨대로 하세요."
"예, 어떻게 하면 되나요."




8월은 휴가의 계절입니다. 8월의 첫째 월요일, 상쾌한 기분으로 시작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기분을 망치는 전화가 있었습니다. 다짜고짜 돈을 벌수 있는 아이템이 있다고 합니다. 말만 들어도 솔깃합니다. 사기만 아니라면 만사 제쳐두고 아이템을 찾아 떠나고 싶어질 정도입니다. 


아니 아침부터 걸려온 한 통의 전화에 솔직히 솔깃했습니다. 조선족으로 보이는 전화 목소리엔 진솔함과 간절함 마저 묻어나더군요. 약간 어눌한 우리나라 말씨가 단박에 조선족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니면, 중국인이거나. 물론, 단번에 보이스피싱이라는 것도 알아 차렸습니다. 


하지만, 간절한 애원조의 음성에 그만 계속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통장으로 10만원 넣어 주시면 3일후 30만원 보내것습니다” 계속 들어주니 이 여인의 목소리는 신이 난듯했습니다. 거듭 좋은 아이템이라는 말도 반복했습니다. 


상대방은 필자가 계속 들어주니 아주 신이 난듯 보였습니다. “정말 진짜로 좋은 아이템입니다. 늦기전에 빨리 보내세요” 필자는 뻔히 보이스피싱이라는 것을 알면서 능청스레 들었습니다. 





이윽고 약간의 장난기 마저 들었습니다. “어디로 보내면 되는데요. 정말 돈 많이 벌 수 있는 것 맞아요?” 전화속 여인은 내 음성을 듣더니 진짜 신이나서 말했습니다.


“○○은행 △△△△△△△△△△으로 보내면 됩니다.” 

성의를 무시하지 못해서일까요? 아니면 또 장난기가 발동한 것일까요? 계좌번호를 열심히 받아 적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습니다. 그 계좌번호를 들고 고민에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무시해 버릴까. 


아니면 단돈 1천원이라도 넣고 그 계좌번호를 통해 경찰에 신고해 버릴까. 도통 갈피를 잡을 수 없었습니다. 어떡한다. 이렇게 고민하다 하루가 훌쩍 지나갔습니다. 물론, 다른 사람의 피해를 막기위해 경찰에 신고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전화가 걸려왔을때 얼른 끊었다면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될텐데. 스스로 어리석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아마도 상대방은 한 건 했다고 생각했을텐데 괜시리 필자 때문에 헛된 희망을 품게 한 것은 아닌지 양심의 가책까지 느껴졌습니다. 


 오늘 느낀 또다른 생각은 언제까지 보이스피싱이 활개치도록 방치할 것이냐는 점입니다. 도대체 대책이 없는 것일까요. 따지고 보면 내게 전화를 건 여인도 사기꾼들한테 놀아난 피해자요 필자 역시 간접적인 피해자 아닌가요. 





또다른 생각은 그 전화처럼 현실에서 진짜 쑥쑥 재산을 불려주는 그런 일이 내게 생긴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헛된 희망을 품어봅니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 정말 보이스피싱을 막을 대책은 없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