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생활

딸의 한마디에 빵터졌다?…행색은 비에 젖고 마음은 사랑에 젖어?

세미예 2011. 8. 8. 07:47

"아빠와 아이가 비를 추적추적 맞아 참 측은해요."

"아빠와 아이의 모습이 인상적이예요."
"어쩌다 비를 맞고 오셨어요."
"참 생각이 없는 사람 아냐."

"그래도 딸을 생각하는 모습이 흐믓하네요."

"그래도, 저렇게 행동해야 할까요?"





대화의 내용이 사뭇 진지하다 못해 측은합니다. 어떤 대화일까요. 어떤 대화이기에 진지하다 못해 측은할까요.

위의 대화를 가만가만 살펴보면 부모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그런 하나의 사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람에게서 가족이란 의미는 참으로 묘한 존재같습니다.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고 가족구성원을 위해 모든 것을 아낌없이 줄 수 있는 그런 존재가 가족애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일깨워준 하나의 조그만 일(?)이 있었습니다. 어떤 사연인지 소개합니다.


아빠와 딸을 업고 비를 맞고 왜 맞아?
최근 세미예(가족의 이름을 딴 이름) 가정엔 딸이 붕대를 감고 있습니다. 기부스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 세미예(딸)가 동생하고 놀다가 골절상을 입었기 때문입니다.
 
골절상을 입어 여간 조심스럽지가 않습니다. 10일 가량 입원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래도 조심을 해야하는데 아직 아이라 그 조심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골절부위를 묶은 반창고는 풀리고 붕대는 엉망?
아이 세미예는 동생과 놀다가 골절부위를 싸맨 반창고가 풀렸습니다. 기브스를 한 발 부위의 붕대는 엉망이 되었습니다. 동생이 기브스를 이리저리 들여다보다가 신기했던지 장난을 친 모양입니다.  


화들짝 놀란 세미예 부부
골절 부위가 드러나자 놀란것은 세미예 부부입니다. 엄마 세미예는 빨리 병원으로 데려 가라고 아빠 세미예를 채근됩니다. 아빠 세미예는 아이를 업고 집을 나섭니다.
 
비가 내리는 저녁시간대라 어둠이 짙습니다. 집에서 병원까지 거리가 300m 가량이라  지하에 주차된 차량을 빼고 또 병원에 도착해서 주차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아이를 업고 달려갔습니다. 

비는 내리는데 우산 때문에?
아빠 세미예는 아이를 업고 우산을 받쳐야 했습니다. 그래서 한손으로 우산을 잡고 한손으로 업힌 아이를 받쳤습니다. 딸아이가 불안했던지 우산을 들어줍니다.

우산속에 아빠와 아이가 폭 들어갑니다. 가는 비를 뚫고 달려갑니다. 비는 아빠랑 아이에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굵은 비가 우두둑!
아이를 업고 200m 가량은 무사히 갔습니다. 나머지 100m가량을 앞둔 지점에 도달했더니 갑자기 비가 억수같이 퍼붓습니다. 워낙 순간적이고 한꺼번에 쏟아지는 여름날의 폭우라 우산을 쓰고 있지만 비를 감당해내지 못했습니다.

뛰어가려고 해도 아이가 우산을 받쳐들고 있기 때문에 뛰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아빠 세미예의 바지는 이미 흥건히 젖었습니다. 




딸아이의 한마디에 그만!
"아빠 무거워서 힘들지. 다쳐서 미안해. 아빠 고마워요"

유치원에 다니는 딸애는 평소 아빠를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그런데 이 딸애가 마치 어른 같은 말을 합니다. 그러더니 우산을 한손으로 받쳐들고, 다른 한손으로 어깨를 주무르기 시작합니다. 

비에 젖었지만 마음은 감동으로 젖었다?
"그래, 이왕 맞은 비. 아이를 편안하게 데려가야지"

아이의 말을 듣고 어깨를 주물러주는 손을 느껴보니 힘이 들지 않습니다. 거센 비가 내려도 두려울 게 없었습니다. 억수같이 퍼붓는 비를 뚫고 아이가 편안해 할 수 있도록 천천히 천천히 한발 한발 병원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병원에 도착했더니
"왜 이렇게 젖었어요"
"우리 아빠가 나를 데려오다가 그랬어요. 우리 아빠 멋있죠"

당직을 서고 있던 간호사가 아빠 세미예를 살펴보더니 불쑥 이렇게 묻습니다. 행색이 너무나도 추해 보였던 모양입니다. 아이는 아빠를 대신해서 갑자기 비가 많이 와서 그렇다고 답을 하면서 '멋있는 아빠'라는 한마디를 더 보탭니니다. 간호사 아가씨는 참 사랑스런 아빠와 딸이라는 말을 합니다.
 




기쁜 마음으로 병원에서 집으로
기브스한 발에 응급처리를 하고 집으로 다시 돌아옵니다. 비는 많이 가늘어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내립니다. 아이는 또다시 우산을 받쳐듭니다. 그리고선 연신 아빠 어깨를 주물러줍니다. 

"아빠 안 무거워?"
"아빠는 힘이 무지 세서 전혀 안 무거워?"




옷은 젖어도 마음은 사랑으로 젖었다?
딸애는 아빠가 힘들까봐 이런 저런 말로 아빠에게 격려를 해줍니다. 돌아오는 길에 딸애랑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덧 집에 도착했습니다. 아이의 마음을 읽었던 터라 비록 옷과 신발은 비에 흥건히 젖었지만 마음은 사랑으로 흥건히 젖어 마냥 행복한 하루였습니다.